장바구니가 비워있습니다.

총 합계금액 0

   

HOME > 사과와 일상 > 살아가는 이야기

애플팜 조인

과수원 사장
작성자 :  正山 작성일 : 2017-01-23 조회수 : 2769

과수원 사장

 

영농교육에 참석해서 강의를 들을라치면 강사가 교육생을 호칭하는 게 다양하다.

선생님, 대표님, 사장님, 교육생 여러분들, 등등

그 중에서도 사장님으로 호칭되는 게 제일 많다.

 

김사장 이번에 사과 많이 했어?”

박사장, 순은 언제부터 칠꺼야

사장님들, 토양 검정에 따라 시비처방 하세요, 질소 과잉이면 잡초로 뺄 수 밖에 없어요…”

사장님들, 폭설로 조심해 귀가 하세요, 사인 안 하신 사장님들 사인 하시고요…”

 

사장은 회사의 대표를 칭한다.

상법상으로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사장이다. 인류의 발명품 중의 하나인 주식회사,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구조에서 사장인 경영인은 주주의 이익을 위해 능력껏 회사를 운영한다. 모험적인 경제 행위가 가능한 주식회사의 대표자가 사장이다.  

 

호칭은 직업 까지는 모르지만 직책은 알려 준다.

공장의 대표는 공장장, 학교의 대표는 교장, 연구소의 대표는 소장, 미장원 주인은 원장, 과수원의 주인은 과원장, 아니면 과원주….

 

언제부터 인지 우리 주위에 사장님이 갑자기 많아졌다. 신설되는 법인과 폐업되는 법인이 거의 비슷한 정도면 사장님의 숫자는 그대로 여야 하는데 사장님들이 확실히 많아졌다.

 

회사의 만년 부장도 회사 문을 나서면서 사장님, 아파트 중년 남자는 전부 사장님, 대리기사를 부르는 술 취한 사람도 사장님, 술 취한 손님 차를 운전하는 대리기사도 사장님, 단란주점의 주인도, 손님도 다 사장이다.

사장님은 경영 업무의 정점에서 내려와 보편화된 직급군에 편입되었다.

서서 오줌 누는 사람 중에서 흰머리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사장으로 불리는 사회,

 

대표이사 사장의 수직적 위계체계는 회사에서만 존재한다. 회사문을 나서면 수평화된 사장님들로 구성된 특별한 우리 사회, 우리 시대

사장님의 층위는 깊지 않고 넓게 변했다. 사장님은 회사를 경영하는 기업인이면서 저자거리의 필부이며 장삼이사이다.

간단하게 생각한다. 구멍가게도 경영을 하는 경제 주체이고, 과수원도 농업 경영체인만큼 그 주체는 속성상 회사와 다르지 않음으로 그 대표자는 사장이라고 칭한다.

 

통닭집, 구멍가게, 식당의 주인도 사장이고, 종업원도 사장이고, 그 곳을 출입하는 손님도 사장이고 주위는 온통 사장이다.

 

이쯤이면우리 사회는 사장님 공화국으로 칭할 만하다.

 

사장님 공화국은 우리 사회에서, 모두가 사장이고픈 욕망, 익명의 관계에서, 호칭하고 호칭 당하는 호칭은 돈을 많이 버는 사장, 빙글빙글 도는 회전의자의 주인이 되고픈 우리 내면을 투영한 건 아닌지?

신분과 지위의 실질적 변화가 없는데도 격상된 신분과 지위를 취득하는 손쉬운 방식을 서로가 수수한 건 아닌지?

듣기 좋으면 좋다는 통념이 실현된 특이한 호칭? 안 그렇습니까? 사장님!

 

 

사장님, 여기, 삼겹 2인분에 이슬이 하나 추가요, 그리고 마늘 좀 더 주세요~~

, , 사장님, 알겠습니다.

한 잔 하고 트럭 조수석에 앉는다.

술 냄새, 돼지고기 냄새, 마늘 냄새가 짬뽕된 냄새에 익숙한 대리기사가 말한다.

사장님 어디로 모실까요?

사장님이 말한다.

기사님, 아니, 사장님, , 저기 마트 근처 00아파트요, 오늘은 많이 안 마셨는데도 많이 취하네, ~, ~사장님, 요새 대리 손님이 많이 줄었지요? ~, ~

, 사장님, 요새 전지하신다고 바쁘시겠네요? 힘 드시죠?

 



나도 사장님 공화국의 일원이다. 과수원을 경영하는 회사의 사장이다. 그렇다면 과수원 사장으로 위임된 나와 주주인 나와의 관계에서 경영이라고 할 만한 것들 이루어지고 있는지?

하늘과의 동업에서 동업자의 정신을 지키고 있는지? 

자연이란 거인에 기대어 안주한 건 아닌지?

깊고 그윽해야 할 결정들을 순발력이라 말하면서 쉬이 한 건 아닌지?

사장의 책무는 무겁고 무섭다는 걸 아는지? 피하는지?

 


사장님 공화국에서 사장은 밤에 내린 눈으로 미끄러운 길을 따라 조심스럽게 미끄러지면서 농장에 도착했다. 창고 앞 마당과 진입로의 눈을 치우고, 구정용 마지막 택배를 하고, 개가 되어버린 강아지들과 고양이의 먹이를 주고, 서둘러 귀가 한다.


 


날씨가 꽤 맵다.

작년과 달리 눈이 제법 왔다. 자주 오는 눈은 나무에게 좋다. 겨울이 깊어 가고 있다. 이즈음의 매운 날씨도 마음에 든다. 농사의 예감이 좋다고 사장은 말한다. 사장에게 이 겨울에 할 일이 많다. 눈은 사장에게 자유와 불안을 준다. 아니 자유와 불안은 늘 상존 한다고 해야겠지.

 

눈길은 아침과 달리 완전히 눈이 녹았다. 아침의 낯선 도로에서의 긴장과 달리 편안한 마음으로 익숙한 도로를 따라 시내로 들어 왔다.
 
 
 
(총 :26건 / 페이지:1/3 )
No.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26  이태리 국외 현장 교육 참가기-1 正山 2017-08-07 2179
25  귀여운 녀석들 正山 2017-06-22 2009
24  호치민 여행 - 마이티와 뉴 식스티 正山 2017-03-14 2505
23  과수원 사장 正山 2017-01-23 2769
22  天崩과 本家入納  [1] 正山 2016-06-12 2962
21  천지불인... 正山 2015-12-16 4876
20  사과 잎 따고 반사필름 깔기 正山 2015-10-21 3201
19  추억의 사과. 홍옥과 함께 노닐다.  [4] 안주인 2015-10-04 2673
18  나는 어떤 사과를 살까?  [2] 正山 2015-09-26 2687
17  여름보내기  [2] 안주인 2015-08-13 2411

1 2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