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구니가 비워있습니다.

총 합계금액 0

   

HOME > 사과와 일상 > 농장 일상

애플팜 조인

아시바파이프와 고춧대
작성자 :  正山 작성일 : 2018-05-07 조회수 : 2232

아시바파이프와 고춧대

 

 


어린 사과나무는 4m 높이의 고춧대에 묶여 미세한 진동을 감내하며 자란다.
고춧대는 지상 50cm, 175cm, 300cm의 높이에서 4.2mm 코팅와이어와 3군데 고정되어 있다.
와이어는 48mm 아시바파이프와 팽팽한 장력으로 인장관계를 가지며 스스로를 허공에 정치시킨다.
아시바파이프는 땅에 80cm 밖히면서 하늘을 향해 위태하지만 경사진 압축재와 인장 와이어로 흔들림이 적은 기둥의 역할을 한다.
나무가 촘촘하게 심겨진 곳에 강한 바람의 수평력은 가늠이 어렵지만 웬만한 정도는 이를 아시바파이프의 강도와 와이어로 견딜 수 있다고 가정한다.
아시바파이프는 주용도가 공사용 건물의 외벽에 발판용으로 쓰이는데 과수원에서는 어느때부터인지 와이어매트릭스 방식을 구성하는 주요 시설 자재가 되었다. 공사 현장에서는 임시로 사용되지만 과수원에서는 나무와 함께 끝까지 생명을 다한다.
나무를 지탱하는 시설은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타이트하다. 적재적소에 최소한의 자재와 부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심플한 구조의 시설물은 의외로 여러 공구와 도구와 자재가 필요하다.

 

 

 

 

 

 


오햄머, 48m철선 인장기, 48mm 연결철사, 갈매기철사, 17mm 기어렌치(일명 깔깔이), 8mm 소켓, 크기가 다른 턴버클과 클립, 그리고 소말뚝 매듭에 약방의 감초격인 임팩드라이버, 나무를 묶어 주는 양말끈들은 자기역할에 충실하다.

한 달 전에 3명의 인부가 3일 동안에 일부 시설을 조정하고 나무를 심었다. 그들은 열심히 했으나 이런 저런 이유로 책임감은 적었고, 잘 하지는 못했다. 미진한 부분은 전적으로 과원주가 마무리하는데, 집사람과 둘이서 아시바파이프의 경사를 재조정하고 장력의 균형을 맞추고, 고춧대를 설치하며 나무에 묶는 지리한 작업을 계속했다. 3주째에야 점적호스를 하단 와이어에 거는 일이 마무리되었다.
이 일에 진력한 나는 사과나무의 어느 지점에 있는지?
나무를 위한 것인지?
과원주를 위한 것인지 묻는다면?
그런 저런 작은 일들이 어느 덧 아득해졌다.

나무는 흔들림이 적어야 하고, 곧게 자라고, 또 빨리 자라야 하기에 20cm마다 양말끈으로 묶인다. 고춧대는 휨에 대해 약하지만 어린 나무를 잡아줄 정도는 되어 서로에게 기대는 것처럼 보인다.
자라고 싶은 대로 편하게 자랄 수 없는 나무는 목줄에 매인 강아지처럼 생각된다. 그런 나무를 우리는 잘 큰 나무가 아닌 잘 키운 나무라고 말한다.
야생이 남아 있지만 그마저도 인간에게 길들어지려 하는 왜성 나무가 만드는 풍경이 조기, 다수확을 위한 재배방식으로 각광을 받으며 일로 확산중이다.
샌드위치 판넬의 간편함과 경제성이 공장과 농장을 일시에 점령해 버렸듯이 파이프와 고춧대는 오래된 과수원의 목가적인 모습을 인공의 질서정연한 풍경으로 대체할 것이다.

 

 


그 사이에 잎이 나고, 꽃이 피고 졌다. 봄비도 왔다.
이제 나무의 생육은 맹렬해진다. 제 힘을 분출하는 나무에게 주인의 시시콜콜한 간섭이 바쁘게 개입된다. 가지 절단, 유인, 적심, 염지등이 어린 나무에게 가해지면서 나무는 인간과 자연의 샌드위치에서 생육한다.
과학과 기술이 결합된 식물학적 혼합체라는 근사한 수사에서 나무는 여전히 부자유하고 부자연하다.

 
 
 
(총 :30건 / 페이지:1/3 )
No.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30  추석용 사과의 와따리 가따리 正山 2018-09-28 1067
29  아시바파이프와 고춧대  [2] 正山 2018-05-07 2232
28  결빙, 해빙 正山 2018-04-01 1295
27  수확 전 풍경 正山 2017-11-01 1729
26  맹렬한 생육과 더불어 正山 2017-06-01 2268
25  어린 나무 겨울 나기 준비  [2] 正山 2016-12-04 5138
24  사과 선별은 ~ing 正山 2016-11-29 2169
23  해갈 후 풍경 正山 2016-07-13 2251
22  사과나무를 심다  [3] 正山 2016-04-08 2994
21  두더지 퇴치기 설치  [1] 正山 2016-03-05 3608

1 2 3 >